vol. 35

당신에게 감사한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달, ‘유머’를 주제로 4월호를 준비하면서 컨셉진 식구들은 꽤 많이 웃었습니다. 생활하면서 마주하게 된 작은 순간들마다 “이거 유머야? 유머지?” 하면서 서로 유머가 맞냐며 확인을 하고 즐거워했죠. 독자분들의 삶에 소소한 유머를 드리고 싶어 선정한 주제를 통해, 만드는 저희부터 즐거웠으니 지난 호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호의 주제는 ‘감사’로 정했습니다. 지난 호처럼 우리가 정한 주제를 가지고 한 달을 살았다면 매 순간 감사했어야 하는데, 마감을 하며 한 달을 되돌아보니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사실 지난 한 달은 제 평생에 있어 가장 바쁜 달이었습니다. 컨셉진 마감과 동시에 4월에 창간된 잡지 ‘에이너’의 외부 디렉팅 역할도 겸했고, 또 브랜드 웹 콘텐츠 제작을 맡기도 했거든요. 동시에 세 개의 잡지를 만들면서 1인 3역을 하려니 숨 쉴 틈이 없었는데, 여기에 사무실 이사까지 하게 되어 유난히 짜증이 많았던 한 달을 보냈습니다. ‘내가 누굴 위해 이렇게 일하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하며 사나, 왜 나는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나’ 하면서 투덜대기 일쑤였죠. 그 투덜의 끝에 제대로 한 번 폭발한 적도 있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 나머지 소리를 확 지르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죠.(웃음)

그 사건이 있던 다음날 점심을 먹는데, 문득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 또한 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일을 맡긴다는 건, 그만큼 저를 신뢰하기 때문일 테니까요. 일이 많은 건 불평할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할 조건이었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 참 같은 상황인데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 미움, 질투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이나 감사 같은 것은 노력을 해야지만 찾을 수 있는 감정이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감사하려 노력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저는 평생 불행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감사를 위해 노력을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저와 여러분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목 뒤로 서늘한 바람이 스쳐 가네요. 또 한 번 감사를 느끼는 오후입니다.

편집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