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당신은… 어느 편인가?마블을 상징하는 지구 대표 히어로 팀 어벤저스의 두 주축. 지금껏 함께 등을 맞대고 수많은 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한 동료이자 둘도 없는 친구. 그러나 이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원작 그래픽 노블 <시빌 워>는 마블의 2006년 후반기를 강타한 메인 스토리라인의 핵심이 되는 사건 ‘시빌 워’를 다루고 있는데, 스탬포드 사태를 기점으로 발발한 시빌 워는 끝까지 중립을 유지하는 엑스맨 관련 팀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캐릭터와 팀에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에서 초인등록법 지지파의 수장 역할을 하는 아이언 맨은 원래 등록법 제정을 반대하던 인물이다. 닉 퓨리의 ‘시크릿 워’ 때 맨해튼이 일부 파괴되고 폭주한 헐크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상자가 나온 후 등록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을 때에도 아이언 맨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꾼 계기가 바로 스탬포드 사건이다.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 한가운데에서 풋내기 슈퍼 히어로 집단 뉴 워리어즈가 노회한 슈퍼 빌런 나이트로와 대결을 벌인 결과, 어린이를 포함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론은 슈퍼 휴먼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었고, 미 의회는 모든 초인이 법적 등록 절차를 거쳐 신분을 공개한 후 정부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인등록법을 제정한다. 스탬포드 사건으로 각성한 아이언 맨은 법 시행에 찬성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목숨 걸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슈퍼 히어로에게 신분 공개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견해 차이를 보이고, 두 영웅의 의견 충돌은 초인 사회에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고조되던 갈등은 결국 시빌 워, 즉 내전으로 이어지고 마블 유니버스의 모든 슈퍼 휴먼들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대격변이 시작된다.

마블 유니버스를 격동시킨 그래픽 노블이 소설로 재탄생하다
미국 현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메가 히트 그래픽 노블 <시빌 워>를 만화 편집자 겸 작가인 스튜어트 무어가 소설판으로 다시 쓴 것이 <시빌 워 프로즈 노블>이다.
원작 그래픽 노블과 비교하여 소설판 시빌 워가 가진 최대 장점은 친절한 설명이다. 마블 코믹스의 역사가 75년을 넘긴 만큼 마블 유니버스를 대하는 미국 현지 독자의 내공이 만만치 않고 장르의 특성상 신규 독자보다는 기존 팬덤을 만족시키는 이야기 구조로 전개되다 보니, 국내 독자 입장에서는 미국 그래픽 노블 세계로 진입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게다가 유니버스 대부분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총출동하는 것이 특징인 대형 크로스오버 이벤트는 등장하는 캐릭터의 배경이나 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내용 파악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때도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관심은 있지만 몰입하지 못했던 독자 라면 <시빌 워 프로즈 노블>로 마블 유니버스의 문을 다시 두드려 볼 만하다.
작가 스튜어트 무어는 오랜 시간 만화 편집자로 일하면서 얻은 마블 유니버스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캐릭터를 분석하는 날카로운 시각을 버무려 사건이 전개되는 모든 과정을 자상하면서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는 그 능력과 외모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덧붙인다거나, 어떤 사건이나 행동이 벌어지기 전 당위성 있는 전제를 깔아 주는 식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를 독자가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매만져 주었다. 특히 국내에 번역 출간된 <시빌 워> 타이 인 작품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아이언 맨>,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외에 미국 현지에서 발표된 수많은 타이 인 스토리들을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녹여서 시빌 워라는 사건을 큰 틀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소설판 <시빌 워>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빌 워의 영향력은 마블 유니버스는 물론이고 새로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승승장구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까지 이어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2016년 개봉될 예정이다. 마블 유니버스에 대한 많은 사람의 기대치가 극으로 치닫는 지금, <시빌 워 프로즈 노블>이야말로 신규 독자나 마니아 독자, 영화 팬 모두가 주목하고 만족할 수 있는 첫 작품이 될 것이다.

책 속으로

그날 코네티컷 스탬포드에서는 팔백쉰아홉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그러나 젊은 슈퍼 히어로 스피드볼, 로비 볼드윈은 결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의 신체가 열기를 못 이겨 증발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체내의 키네틱 에너지가 폭발해 무의미하게 어딘가로 발사된 그 순간, 스피드볼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이랬다.
‘어쨌든 흉하게 늙진 않겠네.’
- 21p. “프롤로그 워리어즈” 중에서

피터를 어벤저스에 합류시키는 건 토니의 최우선 과제였다. 사실 토니는 피터가 인간적으로 맘에 들었다. 아까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도나 예리한 시각을 언급한 것도 사실 거짓은 아니었다. 피터는 원석과 같았다. 토니는 앞으로 그를 다듬는 일이 무척이나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니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토니가 피터 파커를 원하는 이유가 단지 과학 천재인 그의 두뇌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파이더 맨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전투력을 가진 초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런 피터라면 분명히 가까이 두는 게 이득일 것이다. 피터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자, 어쩌면 잠재적인 위험으로서의 감시 대상…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가까이 두는 수밖에.’ 토니는 생각했다.
- 39p. “PART 1 화려한 나날의 끝” 중에서

캡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빛이 방사되고 있었다. 시야를 가득 채웠던 한 덩어리의 빛이 십여 개의 굵은 빛줄기로 변하는가 싶더니 금세 수백 개, 수천 개, 아니 수백만 개의 가닥으로 나뉘었다. 셀 수 없는 빛줄기가 주위의 모든 공간을 향해 뻗어 가고 있었다.
‘가능성, 확률이군.’ 캡틴이 속으로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떨어지던 캡틴이 빛의 중심으로부터 하나의 빛줄기를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다. 수백만 개의 가닥 중에 하나를 타고, 하나의 목적지를 향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위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154p. “PART 2 신념” 중에서

“최근에 아머 리부팅 시간을 좀 개선했지, 캡. 맘에 들어?”
토니는 캡틴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다음 벽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캡틴의 몸이 벽을 뚫고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캡틴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겨우 두 발로 일어선 그는 마치 권투 선수처럼 양팔을 들어 피투성이 얼굴을 보호했다. 그러나 기계의 힘을 빌려 휘두르는, 인간의 근력을 넘어선 아이언 맨의 주먹이 복부에 꽂히자 숨이 멎는 듯한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상체를 움츠렸다. 캡틴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며 있는 힘껏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 192p. “PART 3 은화” 중에서

“이상한데.” 조니가 속삭였다.
“퍼니셔가 민간인을 납치하다니. 더군다나 이렇게 험악하게 고문 분위기를 조성해 가면서 민간인을 건드렸다는 얘긴 들어 본 적이 없어.”
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조니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였다.
“프로젝트 썬더볼츠는?” 퍼니셔가 물었다.
“프로젝트… 예?”
“난 처음에 그게 어제 그 난리를 일으킨 가짜 천둥신을 가리키는 코드네임인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알아보니까 아예 다른 것이더라고. 아주 위험하다던데. 그래서, 프로젝트 썬더볼츠가 뭐지, 윌트?”
“그, 그건 몰라요.”
퍼니셔가 다시 고개를 돌려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윌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칼끝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렀다. 작게 베인 상처로 시뻘건 피가 주르륵 흘렀지만 퍼니셔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 289p. “PART 4 결정권자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