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1



해럴드 C. 숀버그 지음

김원일 옮김



520쪽 / 134X210 / 23,000원

9791188907250 04670 / 클




소나타와 교향곡의 영웅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들의 흥미로운 생애와 음악사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흐름을 작곡가를 중심으로 풀어낸 고전이다. 바로크 시대 몬테베르디에서 시작해 바흐,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쇼팽 등을 거쳐 20세기 미니멀리즘에 이르는 음악사의 계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저자 해럴드 C. 숀버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평론가로 평가 받았으며,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음악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뿐 아니라 작곡가들의 면면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시대적 배경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이 책에서는 그의 풍부한 전문 지식과 평론가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일대기적 측면을 중요하게 부각시켰다. 자신이 만든 음악의 위대함을 스스로 알았던 베토벤,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스러웠던 헨델,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생애, 개인적 좌절과 대중적 성공 속에 담긴 그들의 인간적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숀버그의 대표작인 이 책은 방대한 분량에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음악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도 충분하다. 위대한 피아니스트들과 피아노 연주의 역사를 소개하는 숀버그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단숨에 읽는 작곡가 중심의 새로운 음악사

숀버그는 작곡가와 그의 예술 세계를 연대기 순으로 추적하면서, 위대한 작곡가들의 생애를 중심으로 음악사 전반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냈다. 시대를 앞선 바로크 오페라 혁명의 주역 몬테베르디가 등장하는 1장을 시작으로, 입신의 경지라 할 만한 대위법을 구사하며 놀라운 창작의 저력을 보여준 바흐,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된 음악을 선보이며 소나타 형식을 확립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지나 9장에 이르면 음악의 새로운 조류가 등장한다. 우리는 낭만주의라는 이 새로운 조류 속에서 전문 지휘자라는 직업이 탄생하고, 비르투오소가 출현하며, 벨칸토 오페라가 싹트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10장에서는 현대적 개념의 오케스트라와 교향시의 탄생을 촉발시킨 혁명가 베를리오즈를, 그리고 이후 본격적인 낭만주의에 들어서면 슈만, 쇼팽, 리스트의 인간적인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14장은 낭만주의의 물결을 거부하고 고전주의로 회귀한 멘델스존으로 끝을 맺는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되었으며, 2권에서 미와 감수성의 시대에 대표되는 국민주의와 오페라의 거인들을, 3권에서는 거대 오케스트라와 조성이 파괴되는 후기낭만주의, 인상주의, 음렬주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새롭게 조명

이 책은 작곡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아홉 명의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매주 일요일까지 새 칸타타를 작곡해야 했던 바흐, 천사가 불러주는 화음을 자신이 받아 적는다고 믿었던 슈만을 보면서 우리는 작곡가들의 다양한 영감의 원천을 이해할 수 있다. 베토벤이 자신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음악을 작곡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헨델은 그에게 꼭 숨겨야 할 비밀이 있었던 것처럼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스러웠던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연대기에도 공백들이 존재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생전에도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았던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가장 많은 착취를 당한 신동이었고, 아버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성장한 탓에 그의 예술적 탁월함과 달리 인생의 다른 일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슈베르트는 여느 음악가들과 달리 귀족과 잘 어울리지 않고, 지적인 중산층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작곡가들 자신과 그들 작품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한층 더하고, 클래】� 음악에 대한� 문턱을 낮춰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음악 분야 최초의 퓰리처상 평론 부문 수상

『뉴욕타임스』의 전 수석음악평론가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평론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해럴드 C. 숀버그는 자신만의 신랄하면서도 명료한 문체로 비평의 기준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미친 영향과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에는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1970년 초판을 출간한 이 책은 그의 대표작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97년에 개정3판을 출간해 현대 음악사의 흐름까지 짚어줄 수 있는 작곡가들과 내용을 추가했다. 음악사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을 쉽고 흡인력 있게 풀어낸 이 책은 그가 서문에서 밝힌 ‘지성적이고 음악을 좋아하는 비전문가 독자’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호기심에도 부합한다.

음악사에서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로 호명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와 피아노 연주의 역사를 소개하는 숀버그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도 출간될 예정이다.




차례

서문



1 오페라의 개척자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2 바로크의 변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3 작곡가 겸 오페라단장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4 오페라의 개혁가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

5 고전주의의 명장

요제프 하이든

6 잘츠부르크의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7 본에서 온 혁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

8 음악의 서정시인

프란츠 슈베르트

9 자유, 새로운 언어의 출현

베버와 초기 낭만주의 작곡가들

10 낭만의 활력, 고전의 엄격

엑토르 베를리오즈

11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

로베르트 슈만

12 절정의 피아니즘

프레데리크 쇼팽

13 비르투오소, 허풍선이, 예언자

프란츠 리스트

14 부르주아 천재

펠릭스 멘델스존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 중에서

바흐와 함께 바로크 음악은 전성기를 맞았다. 바흐는 지난 모든 것의 집결체이자 앞으로 다가올 것들의 이정표였다. 바흐는 자신의 음악뿐 아니라 모든 음악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유럽 음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줄줄 꿰고 있는, 아주 박식한 음악가였다. 바흐는 당시에 알려진 모든 고대음악, 동시대 음악을 배우고 완전히 이해하려는 순수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음악학자이거나 음악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학자처럼 중세음악을 발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 같은 것은 없다. 바흐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가 주체하지 못할 만큼,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흥미를 느낀 것은 작곡기법이었다. 다른 작곡가들은 곡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그들의 음악적 아이디어의 특징은 무엇인가? 바흐는 전문 음악가로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마르지 않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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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이전의 모든 음악가와 달랐던 점은 그의 천재성과 견줄 데 없는 힘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예술가를 자부했으며 예술가로서의 권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모차르트가 귀족 사회 주변을 맴돌며 열심히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들어가지 못한 반면, 모차르트보다 불과 열다섯 살 어린 베토벤은 그 문을 걷어차고 당당히 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쟁취했다. 베토벤은 예술가이자 창조자였으며,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왕이나 귀족보다 우월했다. 베토벤은 사회에 대해서는 혁명적 관점을, 음악에 대해서는 낭만주의적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 “내 마음에 있는 것들은 반드시 밖으로 나와야 한다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악보에 적는다네.” 베토벤이 그의 제자 카를 체르니에게 한 말이다. 모차르트라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하이든, 바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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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슈베르트의 천재성에 눈을 뜬 건 그가 세상을 떠난 후 40여 년이 지나서다. 19세기 후반 그의 작품이 출판되기 시작하고 널리 퍼지면서 브람스, 드보르자크, 브루크너, 말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슈베르트는 음악을 논하는 자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비록 슈베르트가 초기 낭만주의에 미친 영향은 적었지만, 그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낭만주의 음악의 도래를 알렸다. 그를 최초의 낭만주의 작곡가라 칭할 수는 없다. 오히려 후대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 카를 마리아 폰 베버야말로 본격적인 낭만주의 작곡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슈베르트에게는 최초의 낭만주의 작곡가라는 칭호가 아닌, 어쩌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름이 걸맞다. 그는 최초의 ‘음악퓽� 서정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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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2차대전 후 재발견되기 전만 해도 베를리오즈는 음악계의 주변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영국에서 그를 활발히 재조명했다. 기악곡뿐 아니라 오페라까지 무대에 오르면서 크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영국만큼 활발하지는 못했지만, 195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보다 이후에 그의 작품이 훨씬 많이 연주됐다. 베를리오즈는 어쩌면 소수 마니아만이 추앙하는 작곡가로 영원히 남을지 모르겠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예외 없이 번뜩이는 천재성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 매부리코를 거만하게 하늘로 치켜든 채로, 낭만주의 개념을 아주 명확하게 해주는 음색의 장려함과 자기표현의 이상형 속에서 영광을 누리는 베를리오즈가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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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피아노 연주법은 기존의 연주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쇼팽 덕분에 피아노는 비로소 ‘총체적인 악기’로 성장했다. 노래를 부르는 악기, 무한한 음색과 시상,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 영웅적인 악기, 친밀한 악기가 되었다. 슈만의 피아노 음악도 물론 참신하고 훌륭하지만, 쇼팽에 비하면 둔탁하다. 쇼팽의 음악은 쇼팽 자신이 건반을 다루는 방식을 따라 유려하게 흐른다. 피아니스트로서는 쇼팽은 슈만보다 몇 광년은 앞서 있었다.




지은이 해럴드 C. 숀버그 Harold C. Schonberg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브루클린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에서 30여 년을 일했으며, 1960~1980년에는 수석음악평론가로 재임했다. 1971년에는 음악 분야 최초로 퓰리처상 비평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으며, 2003년에 8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옮긴이 박유진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호텔관광학을 공부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984』 『아무래도 하노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