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e vol. 34 PICTURE BOOK


어린이가 고른 ‘wee그림책어워드’가 4회를 맞이했어요. 그 결과로 꾸려진 2022 어린이 권장도서를 보며 흠칫 놀랐어요. 책 속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즐겁게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약함에 고민하고, 사이좋게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면서도 혼자 독차지할 수 없는 것이 야속해요. 이야기는 밤에 열리는 치과에서 시작되는가 하면 내 눈에만 보이는 상상 친구와의 이별을 감내하고, 계절마다 씨를 뿌리고 때에 맞춰 수확하는 농부의 하루를 보여주기도 하죠. 삶이란 나약한 존재와 강한 존재, 선한 이와 악한 이, 보이지 않는 것과 고개를 돌리고 싶은 것, 즐거움과 슬픔이 어우러진 세계라는 걸 어린이들은 알고 있는 걸까요? 모순적인 삶에서 작고 여리며 불안한 존재를 거쳐 마음의 길을 내는 어른으로 자라나요. 그래서 우리는 그림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집은 한 달 전부터 ‘이루다북클럽’을 하고 있어요. 저녁을 먹은 뒤 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 각자의 책을 읽는 시간이에요. 책을 보며 멈칫했던 부분은 접어두고, 20분의 독서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게 읽어주죠.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듯한 들뜸이 느껴져요. 어서 말하고 싶어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다른 이에게는 하찮게 느껴질 수 있기에 더 아름다워요. 아이가 들려 주는 구절을 듣고 있으면, 세상에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감동을 주는 것이 무수히 많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우리 사이에 그림책을 놓으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마음속 깊이 안도해요.
2022년 그림책 특집호의 주제는 ‘포개어 자라는 숲: 우리 사이의 그림책’이에요. 올해의 wee그림책어워드 도서들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고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른과 어린이가 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질문을 던지고, 서평을 주고받는 것도 빠지지 않아요.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내향 육아》의 이연진 작가님은 아이의 세상과 나의 세상을 동시에 일궈나갔던 시절, 함께한 그림책을 나눠주었어요. 한 권에 꾹꾹 담아낸 울창한 이야기는 에서 더 넓게 펼쳐집니다. 10월 초 종로에서 반갑게 만나요. 포개어 자라는 그림책 숲에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 안심하기를.